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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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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도역유도(盜亦有道)-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도척(盜?)이라는 유명한 도적이 있었다. 재물 탈취는 물론이고 양민 학살, 성폭행, 심지어 사람까지 잡아먹었으니 정말 흉악범이었다. 부하를 900명이나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했다.

어느 날 그 부하가 도척에게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도척이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있지, 도둑이 어떤 집에 감추어둔 보물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성스러움[聖], 훔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기[勇], 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리[義], 성공 여부를 아는 것이 지혜[知], 훔쳐 온 것을 나눌 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어짐(仁)이야. 이 다섯 가지 도를 갖추지 않고서 큰 도둑이 된 자는 아직 없어.” 이 이야기는 ‘장자(莊子)’에 나온다. 도척의 이 말 뒤에 장자가 이렇게 해설을 붙였다. “착한 사람은 성인(聖人)의 도를 얻지 못 하면 서지 못 한다. 도척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 하면, 도둑질을 할 수가 없다. 천하에 착한 사람은 적고 착하지 않은 사람은 많다. 그러니 성인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은 적고 천하를 해롭게 하는 것은 많다. 성인이 나온 뒤에 도둑이 나왔다.”

 

  장자의 이 말은 대단한 풍자가 들어 있다. 공자(孔子) 같은 성인이 나와 훌륭한 도를 남겨도 정말 그 말대로 해서 착한 사람이 되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의 도를 끌어와 자기 합리화하는 데 잘 써 먹으니 장자가 “성인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적고 해롭게 하는 것은 많다”고 한 것이다.

 

  사실 그렇다. 지식인들이 입으로는 진리, 정의, 양심, 사명, 가치, 개혁 등등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부정을 저질러 가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도적과 다를 바 없다. 각종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이 성인의 말씀 같은 그럴 듯한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백성들이 속히는 것이다. 백성들을 속이고 또 속이면서 정치인으로서 수명을 계속 유지해 나가지만 나라는 계속 추락한다.

 

  도적이 도가 있다는 도척의 말을 들으면 모두가 비웃겠지만, 지금 정치가들이나 지식인들이 번지르르한 말은 하면서 그 행동은 그 말과 어긋나는 것은, 도척이 “도둑도 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도척의 이야기는 ‘맹자(孟子)’에도 나온다.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순(舜)임금 같은 무리이고,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도척 같은 무리이다.” 사람이 오로지 이익만 챙기게 되면 결국 못할 짓이 없게 된다.

 

  지금 세상은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학교 등에서는 이익만 챙기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 결국 도척 같은 사람을 양성해 내는 것이다.

 

  성인의 말씀 등 좋은 말은, 나쁜 짓하면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만 쓰일 뿐이니 “성인이 세상을 이롭게 한 것보다 해롭게 한 것이 더 많다”는 장자의 말을 변명할 여지가 없다.

 

* 盜 : 도둑 도. * 亦 : 또 역.

* 有 : 있을 유. * 道 : 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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