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조회 수 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우정수학(尤精數學) - 수학에 더욱 정통하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선생이 열다섯 살쯤 때 이웃 선비에게서 서경(書經)을 배웠다. 진도를 나가다가 요전편(堯典篇)에 나오는 ‘기삼백(朞三百)’의 주석에 이르러서는 해석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화담 선생은, “왜 그렇게 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이 부분은 본래 알 수 없는 부분이야. 나도 배운 적이 없고, 세상 사람들도 다 읽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화담 선생은 집으로 돌아와 보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수천 번을 읽으며 궁리하여 마침내 혼자 그 의미를 깨우쳤다. ‘요전’의 주석은 천문학(天文學)이나 역학(曆學)의 지식 없이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화담 선생은 끝까지 궁구하여 그 원리를 알아내었다. 그래서 “화담 선생은 역학(易學)의 이치에 밝았고 수학에는 더욱 정통했다.[明於易理, 數學尤精.]”라고 권오(權鼇)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기록되어 있다.

 

  한문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수학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수학을 깊이 몰라서 답답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역을 깊이 알려고 해도 수학을 모르면 안 된다. 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나 주자(朱子)의 역학계몽(易學啓蒙) 등은 수학을 모르면 전혀 알 수 없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선현들의 문집 가운데도 수학을 모르면 해석하지 못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지금 번역본에서도 우물우물 넘어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 두 번의 경제기획원장관 등을 역임한 신병현(申秉鉉)이란 분이 계셨는데, 경제정책을 아주 잘한 것으로 평이 나 있다. 월간조선과 인터뷰하면서, “경제학을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었지만, 고등수학(高等數學)이 안 되어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했다. 미시경제학(微視經濟學) 분야의 권위 있는 어떤 교수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경제학의 대가로 여기지만, 수학이 약해서 늘 장애가 많았다. 아들이 수학을 잘하여 본격적인 경제학자로 키우면 되겠다 싶어 공부해 보라고 권유했더니, 안 한다고 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학은 수학 그 자체뿐만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공학, 의학 등은 물론이고, 반도체, 인공지능, 스마트폰, 우주선, 원자 등 모든 분야에 다 쓰인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달한 근본 원인도 수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포기한 학생이 많다. 이는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데까지 가지 못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의 사정을 봐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2028년 수능시험부터 심화수학인 미적분Ⅱ를 시험과목에서 빼는 시험개정안을 지난 연말 발표하였다. 이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수학의 실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길이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몰락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수학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 尤 : 더욱 우. * 精 : 정교할 정.

* 數 : 헤아릴 수. * 學 배울 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8 (1026) 예현호사(禮賢好士) - 어진 사람에게 예의를 표하고 선비를 좋아한다 아우라 2024.04.23 5
167 (1025) 강안양정(江岸兩亭) - 강가의 두 정자 아우라 2024.04.16 4
166 (1024) 사당수정(士當守正) - 선비는 마땅히 바른 도리를 지켜야 한다 아우라 2024.04.09 3
165 (1023) 교사다단(狡詐多端) -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아우라 2024.04.02 8
164 (1022) 전형중임(銓衡重任) - 저울에 달듯이 사람을 골라 쓰는 중요한 임무 아우라 2024.03.26 5
163 (1021) 생소기중(生消其中) - 그 가운데서 생산되어 그 가운데서 사라진다 file 아우라 2024.03.19 4
162 (1020) 공근겸화(恭謹謙和) - 공손하고 삼가고 겸허하고 온화하다 file 아우라 2024.03.12 4
161 (1019) 가여공사(可與共事) - 더불어 일을 함께 할 만하다 file 아우라 2024.03.05 7
160 (1018) 명세수도(命世守道) - 하늘의 명으로 세상에 태어나 도를 지키다 아우라 2024.02.27 8
159 (1017) 용유구자(龍有九子) - 용에게는 아홉 명의 아들이 있다 아우라 2024.02.20 9
158 (1016) 형제난득(兄弟難得) - 형과 아우는 얻기 어렵다 file 아우라 2024.02.13 5
157 (1015) 모합심리(貌合心離) - 겉모습은 하나가 되어도 마음은 흩어져 있다 file 아우라 2024.02.06 7
156 (1014) 퇴계일기(退溪日記) - 퇴계 선생의 일기 file 아우라 2024.01.31 14
155 (1013) 백락일고(伯樂一顧) - 백락(伯樂)이 한 번 돌아본다. 사람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알아보고 발탁하다 아우라 2024.01.23 6
154 (1012) 계구신독(戒懼愼獨) -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혼자 있을 때도 삼가라 file 아우라 2024.01.16 9
» (1011) 우정수학(尤精數學) - 수학에 더욱 정통하다 아우라 2024.01.09 14
152 (1010) 하신지사(賀新之詞) - 새해를 축하하는 말 아우라 2024.01.02 14
151 (1009) 출륜준재(出倫俊才) -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주 있는 사람 file 아우라 2023.12.26 24
150 (1008) 선공후사(先公後私) -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사적인 일은 나중으로 돌린다 file 아우라 2023.12.19 15
149 (1007) 광개언로(廣開言路) - 말이 통하는 길을 널리 열다 file 아우라 2023.12.12 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