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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모합심리(貌合心離) - 겉모습은 하나가 되어도 마음은 흩어져 있다

 

  지금 국회의원으로 있는 안철수는 원래 의학을 전공하여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세계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었다. 그 후 연구소를 만들고 벤처기업을 일으켜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다. 그 뒤 서울대 등의 교수로 초빙되어 성가를 높였다. 방송 등에서도 인기인이 되었다. 2011년에는 ‘새 정치’라는 참신한 구호를 내걸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는데 고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했다.

 

  2012년에는 대통령선거에 나섰다. 단일화하면 당선 가능성도 있어 문재인 후보 협상을 벌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사퇴했다.

 

  정치적 경력이 전혀 없는 대학교수가 정치판에 갑자기 나왔는데도 인기가 크게 있어 지지가 높았던 것은 그가 내건 ‘새 정치’바람 덕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기존의 정치가들에게 분노에 가까운 염증을 느끼던 중에 안철수라는 신선한 사람이 나와 ‘새 정치’를 부르짖으니 모두 귀가 솔깃했던 것이다. 그러나 14년이 된 오늘날에 와서 안철수의 행적을 뒤돌아보면, 구태 정치인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지금 야당에서도 이낙연이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지난 2월 4일 만들었다. 그러나 벌써 창당하는 단계에서 갈등이 노출돼 합류하기로 약속한 탈당파 야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여당 대표였다가 탈당한 이준석도 신당을 만들려고 활동 중에 있다. 앞으로 몇 개나 더 정당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들은 언제나 기존의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개혁, 자유, 민주, 혁신, 창조 등의 단어를 나열하며 세력을 규합하려고 노력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성 정치인들과 똑같이 되어 간다.

 

  왜 이럴까?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국회의원 되는 데 있다.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은 아주 드물다. 이러다 보니 선거만 한번 지나면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심하게 일어난다. 1945년 해방 이후, 자유, 민주, 국민, 정의 등등이 들어가는 정당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정당이 많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진 사례가 없다고 한다. 같은 당에 속하니 겉모양은 똑같아도, 각자가 가진 마음은 다 흩어져 있다. 그러니 오래갈 수가 없다.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곧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국민이나 후배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말로가 초라해졌다. 자기들이 한 짓에 대한 보상이다. 진(秦)나라 말기의 황석공(黃石公)이 지은 ‘소서(素書)’라는 책에 “겉모양은 같으나, 마음은 떠난 사람은 외롭게 된다.[貌合心離者, 孤.]”라고 했다. 겉으로 동지인 척하지만 마음이 떠난 사람은 결국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된다. 다음 22대 국회의원들은 좀 더 낫지 않겠나 하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원 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인성(人性)이 바로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겠는가?

 

*貌 : 모양 모. *合 : 합할 합.

*心 : 마음 심. *離 : 떠날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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