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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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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가여공사(可與共事) - 더불어 일을 함께 할 만하다

 

  1919년 양력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를 선포했다. 그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독립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33인 가운데 유림(儒林)은 한 사람도 없다. 이때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선생은, 독립선언서를 붙들고 통곡을 하였다. “대한(大韓)은 유교 국가이다. 광복운동하는데 유림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기에, ‘멍청한 썩은 선비!’라는 더러운 이름을 덮어썼으니, 어떤 치욕이 이보다 더 심하겠느냐?”

 

  이유야 어떠했든 유림이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심산이 이 치욕을 씻을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국제평화회의에 한국독립을 청원하는 호소문을 보내는 일이었다. 그때 1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가지 일 처리 및 약소민족 독립을 지원하는 문제로 국제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었다.

 

  대학자 면우(면宇) 곽종석(郭鍾錫) 선생을 유림의 대표로 추대하여 독립청원서를 짓게 했다. 바로 ‘파리장서(巴里長書)’이다. 120명 유림의 서명을 붙여 심산이 파리로 가기 위해 양력 4월 1일에 서울에 이르렀다.

 

  의리(義理)라는 것은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똑같다. 기호(畿湖) 유림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여, 지산(志山) 김복한(金福漢) 선생을 대표로 추대하여 독립청원서를 지어 20명의 유림 서명을 붙여, 제자 임경호(林京鎬)가 가지고 파리로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만나 논의한 결과 “같은 목적으로 같은 회의에 호소하면서 두 가지 글을 올린다는 것은 옳지 않소.”라고 해서 나은 것을 선택하기로 합의했다. 면우 선생의 글이 내용이 갖추어지고 분명하다 하여 채택되었다.

심산과 임경호가 함께 가게 결정되었다. 조금 뒤 임경호가 “두 사람이 갈 필요는 없으니 저는 국내에 남아 돕겠습니다.”라고 하여 심산 혼자 떠났다.

 

  독립운동이라는 큰 명제(命題) 앞에 일사불란하게 단합이 잘 되었다. 1575년 동서분당(東西分黨)이 있은 이후로 조선이 망할 때까지 당쟁이 계속되었다. 심산은 서인(西人)들이 가장 싫어하던 동강(東岡) 김우옹(金宇옹) 선생의 종손이다.

 

  지산(志山)은 대표적인 노론(老論) 안동김씨(安東金氏) 가문과 멀지 않은 집안이다. 두 분이 당파로 볼 적에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내력을 가졌는데, 조국의 독립운동 앞에서 바로 융합했다. 역사에 정말 아름다운 교훈을 남겼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갈등지수(葛藤指數)가 1등이라고 한다. 모두가 한민족(韓民族)이고 대한민국 사람인데, 왜 이렇게까지 갈등이 심한지? 갈등을 일으켜서 안 망하는 민족이나 나라가 없었다.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 자기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지난 1일 삼일절 기념식장에서 윤봉길(尹奉吉) 의사의 손녀 윤주경 의원이 헌화를 하려고 하자, 인천 계양구청장이 끝까지 막았다. 자기 당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선열들에게 헌화하는데 윤봉길 의사의 손녀가 아니고, 일반 국민이라도 막아서 되겠는가?

 

*可: 옳을 가. *與: 더불 여.

*共: 함께 공. *事: 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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