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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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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대우(講究對偶) - 마주보는 짝을 애써 찾다

 

  지난 2021년 12월 2일 같은 날을 대칭절(對稱節)이라고 한다. 연월일을 아라비아숫자로 나열했을 때 왼쪽에서 읽으나 오른쪽에서 읽으나 꼭 같은 날을 말한다. ‘20211202’이 된다. 이런 날이 보통 10년에 한 번씩 들다가, 2290년 9월 22일 이후에는 700년 동안 들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대칭으로 된 것이 매우 많다. 대칭이 되면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장중(莊重)한 느낌을 준다. 사람의 몸이 좌우 대칭이다. 동물의 몸뚱이, 나무나 풀들도 대부분 좌우대칭인 것이 많다. 하늘과 땅, 음과 양, 해와 달,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물과 불, 봄과 가을, 산과 강, 높다와 낮다, 길다와 짧다 등등, 이루 다 들 수가 없다.

 

  자연적인 좌우대칭도 많지만,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가운데 좌우대칭으로 된 것이 많다. 우선 건물이 대부분 좌우대칭이고, 옷도 좌우대칭이고, 물건들도 대부분 좌우대칭이다. 다 같은 동양 사람들이지만,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대칭을 강구한다. 우리는 축의금이나 부조를 할 때 의도적으로 홀수로 한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짝수로 한다. 선물을 할 때도 반드시 짝수로 한다. 서예 작품 등도 대련(對聯)이라 해서 짝으로 건다.

 

  중국의 북경시(北京市)는 도시구조가 좌우가 정확한 대칭이다. 북경시는 원래 명(明)나라 북경성(北京城)이 확장된 것인데, 북경성의 중축선은, 자금성(紫禁城)의 대문 중앙을 지난다. 이 선이 자금성, 북경성의 중축선이고, 오늘날 북경시의 중축선이다. 2008년에 건설한 올림픽 주경기장도 이 중축선 위에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다.

 

  좌우대칭을 강구하는 습관이 모든 문화에 배어들어 있어, 중국의 문학에서도 대칭을 강조한다. 한시(漢詩)나 문장에서 서로 대칭되게 짓는 구절을 대우(對偶), 대장(對仗) 또는 대구(對句)라고 일컫는다. 한시뿐만 아니라, 문장 가운데서도 변려문(騈儷文)이라는 것은 구절마다 대구가 되게 지어야 한다. 일반 산문이나 생활용어에도 대구가 워낙 많다.

 

  한시나 한문의 묘미가 대구 짓는 데 있다. 어떤 시인은 한 구절은 지었는데, 그 짝을 짓지 못 해, 만나는 친구마다 붙들고, 좋은 대구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찾는 수도 있지만, 평생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세상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오랫동안 애써 대구를 찾아 맞추게 되면, 자부심도 생기고 기분이 좋다. 서로 대칭적인 것 가운데는 대립적인 것도 많다. 착한 것과 나쁜 것, 아군과 적군, 여당과 야당, 건설과 파괴, 출생과 사망 등등. 대립적인 것이 많으면, 결국 힘이나 자원을 허비하게 된다. 돈이 제일 많이 드는 전쟁은 이긴 나라에도 엄청난 손해를 가져온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립이 제일 큰 낭비라고 한다.

 

  그래서 대립 대신 대대(對待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산과 강, 남자와 여자, 밥과 반찬, 선생과 학생, 상점과 고객 등등이다. 사람은 혼자 힘으로 살 수가 없다. 다투는 대립관계보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는 대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좋을 것이다.

 

* 講: 익힐 강, 구할 강.

* 究: 궁구할 구. * 對: 마주할 대.

* 稱: 일컬을 칭, 저울 칭.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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