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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은악양선(隱惡揚善) - 남의 나쁜 점은 덮어주고, 남의 좋은 점은 널리 알리자

 

  맹자(孟子)께서 “다른 사람의 좋지 못한 점을 말하다가, 마땅히 뒤에 닥치는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言人之不善, 當如後患何?]”라는 말을 했다. 주자의 제자가 “‘뒤에 닥칠 문제(後患)’라는 것이, 말한 그 상대에게 죄를 얻는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그 상대도 말한 사람의 잘못을 말한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주자는 “두 가지 사례 모두 해당된다”라고 대답했다.

 

  남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다가 두고두고 단단히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필자가 군 복무 중 절실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부대장의 신임을 얻어 쌀 창고를 담당하던 사병이 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어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 직후 어느 날 부대장이 저녁 때 돌아온다고 하고 작업장으로 갔다. 행정실에 사병들만 남아 부대장 험담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행정실에서 문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고, 쫓겨난 그 사병은 행정실 문턱에 걸터앉아 안으로 쳐다보고 부대장의 온갖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들어보니 부대장이 그 사병 뒤에 서 있었다. 빠뜨린 물건이 있어 가지러 금방 돌아온 것이었다. 내가 그 사병에게 신호를 보내도 눈치 못 채고 계속 욕을 했다. 그 사병이 제대할 때까지 부대장에게 온갖 보복을 당하는 것을 단단히 보았다.

 

  맹자의 이 말이 정말 절실하게 와닿았다.

 

  꼭 뒤에 생길 문제 때문에 남의 말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될 수 있으면 남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따라 배우고, 나쁜 점은 덮어주면서 자기는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반대로 배우면 역시 교훈이 된다.

 

  예기(禮記) ‘중용편(中庸篇)’에 “순(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분이신저! 묻기를 좋아하고 가까운 주변의 말을 잘 살피고, 좋지 못한 것은 덮어주고 좋은 것은 널리 알리시며, 그 두 쪽을 잘 조절하여 백성들에게 적절한 방법을 쓰시네. 이런 점이 순 임금이 순 임금 되신 까닭인 듯하구나.[舜其大知也與! 舜好問, 而好察邇言,隱惡而揚善,執其兩端,用其中於民,其斯以爲舜乎!]”

 

  순 임금이 성인(聖人)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쁜 점을 덮어주고 착한 점을 널리 알려 점점 퍼지게 한 점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점점 착한 사람이 많아지고 나쁜 사람은 줄어드는 것이다.

 

  퇴계 선생께서 말씀하신 “원하는 바는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라네[所願善人多]”도 바로 이런 뜻이다. 내가 남의 나쁜 점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도 가만있지 않고 나의 나쁜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고 욕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파당이 생기고,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송(南宋) 말기의 학자 진력(陳력)은 “남의 나쁜 점을 덮어주는 것은, 충실하고 후한 도리이고 해로움을 멀리하는 도리이다”라고 했다.

 

  최근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좋지 않게 이야기한 것이 공개가 되어 여당이 혼란에 빠져 있다. 남의 좋지 않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덮어주는 것이 좋다.

 

* 隱 : 숨길 은. * 惡 : 나쁠 악.

* 揚 : 드날릴 양. * 善 : 착할 선.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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