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조회 수 6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2021021608042243475.jpg

고희지년(古稀之年) - 옛날부터 드문 나이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이라는 시에 “사람이 칠십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부터 드물다네(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따와서 70세를 고희(古稀)라고 하는 것이다.

중국 역대 황제 가운데서 생몰연대를 아는 황제가 209명인데, 70세 이상 산 황제가 15명, 80세 이상 산 황제는 4명뿐이니, 고희까지 사는 것이 얼마나 드문지 알 수 있다.

1300년 전 두보 시대에는 70세까지 사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나라 평균 연령이 80세를 넘었으니, 70세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셈이다.

 

  옛날에는 고희를 보기가 힘들었고, 고희라고 잔치하는 경우도 없었다. 우리나라 여러 문헌에 고희연(古稀宴)을 했다는 기록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고희에 이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나오기 시작하던 1970년대 초반부터 고희 기념 행사가 상당히 성행했다. 주로 퇴직한 교수들이 고희가 되면, 그 제자들이 고희 기념 논문집을 만들어서 봉정식(奉呈式)을 거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희에 이른 사람이 워낙 많아지자 다시 고희연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금은 고희를 들먹이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다.

 

  필자도 금년에 고희의 나이에 이르렀다. 생일이 일찍 들어 지난 3월 1일(음력 1월 18일)이 70세가 되는 날이었다. 생일이 가까워오자, 자녀들이 고희를 먼저 거론했다. “지금 코로나로 모든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고희가 뭐냐? 또 나는 부모·조부 등이 다 환갑도 안 되어 돌아가셨으므로, 고희니 뭐니 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

 

  그러자 자매의 자녀들이 또 거론했다. 같은 이유로 말렸으나, 몇이서 밥이라도 한 끼 먹자 해서, 식사만 같이 하는 것으로 보냈다. 몇몇 친지들이 알고서 연락을 해 오기에 같은 이유로 말렸으나, 굳이 요청하는 몇 사람과 개인적으로 식사를 몇 번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교과서에 실린 피천득(皮千得) 교수의 ‘수필’이라는 제목의 수필에 ‘수필은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인생을 70세로 보고 36세를 중년 고개를 넘은 것으로 본 것이다. 그때 생각으로는 36세만 해도 아득했는데, 지금은 서른여섯 살의 두 배를 살았으니, 적게 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 잠깐이라는 것은 절감한다.

 

  중국 역대 황제 가운데 가장 오래 산 황제가 청(淸)나라 건륭(乾隆) 황제였다. 그는 고희가 되자 ‘고희천자(古稀天子 : 일흔 살 넘은 황제)’라는 인장을 새겨 곳곳에 찍었다. 그리고는 그다음에 ‘유일자자(惟日孜孜 : 오직 날마다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도장을 찍었다. 일흔을 넘은 나이에도 늙음을 핑계로 안일함을 쫓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백세시대라 하여 수명은 많이 늘었다. 오래 사는 만큼, 나름대로 노년의 계획을 세워 어떤 분야의 어떤 일이든 할 일이 있어 부지런히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古 : 옛 고. * 稀 : 드물 희

* 之 : 갈 지. …의 지.

* 年 : 해 년.

 

동방한학연구소장

  • admin 2021.03.19 16:30
    교수님의 연구와 학문의 탐구는 고희 고희 고고희까지 가기를 바랍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888) 연화정개(蓮花靜開) - 연꽃이 고요히 피었다. file 아우라 2021.07.13 38
29 (887) 왜곡역사(歪曲歷史) - 역사를 엉터리로 조작하다. file 아우라 2021.07.06 25
28 (886) 오월배망(五月倍忙) - 음력 5월 달은 두 배로 바쁘다 2 file 아우라 2021.06.29 40
27 (885) 영행금지(令行禁止) - 명령하면 실행하고, 금하면 멈춘다. file 아우라 2021.06.22 28
26 (884) 질뢰파산(疾雷破山) - 갑작스런 우레가 산을 부수었다. file 아우라 2021.06.15 21
25 (883) 강변식비(强辯飾非) - 억지로 변명하며 잘못을 꾸민다. file 아우라 2021.06.08 23
24 (882) 석과불식(碩果不食) -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 file 아우라 2021.06.01 32
23 (881) 병심여상(秉心如常) - 마음가짐을 정상적인 것 같이 한다 file 아우라 2021.05.25 31
22 (880) 수기치인(修己治人) - 자신을 수양하여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 1 file 아우라 2021.05.18 296
21 (879) 무재무덕(無才無德) - 재주도 없고 덕도 없다 아우라 2021.05.11 35
20 (878) 조선산학(朝鮮算學) - 조선의 산학, 우리나라의 수학 file 아우라 2021.05.04 142
19 (877) 모도유독(慕道猶篤) - 도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히려 독실하다 file 아우라 2021.04.27 23
18 (876) 지비불개(知非不改) - 잘못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다 아우라 2021.04.20 21
17 (875) 타비아시(他非我是) - 다른 사람은 글렀고, 나는 옳다. 곧 내로남불 아우라 2021.04.13 61
16 (874) 엽취명위(獵取名位) - 이름과 자리를 사냥하듯 차지한다 file 아우라 2021.04.06 33
15 (873) 학귀탐본(學貴探本) - 학문에 있어서 기본을 탐구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아우라 2021.03.30 35
14 (872) 허부교식(虛浮矯飾) - 헛되고 과장되게 거짓으로 꾸민다 아우라 2021.03.23 35
» (871) 고희지년(古稀之年) - 옛날부터 드문 나이 1 아우라 2021.03.16 66
12 (870) 유사롱단(有私壟斷) - 사사로이 농단함이 있다 아우라 2021.03.15 38
11 (869) 자초멸절(自招滅絶) - 스스로 멸망하여 없어지는 것을 초래한다 아우라 2021.03.15 2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