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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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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과불식(碩果不食) -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

 

  우주 조화의 변화의 원리를 밝힌 주역(周易)의 64괘(卦)는 각각 그 운세를 나타내는데, 그 23번째 괘인 박(剝)괘는 극도로 혼란한 괘다. 괘의 여섯 효(爻) 가운데서 아래 다섯 효는 음(陰)이고, 맨 위의 하나만 양(陽)인 괘로 천지에 음기가 가득하여 양기를 해쳐 없애려는 괘다. 곧 소인들이 득세하여 설쳐대며 착한 사람을 몰아내려는 괘다. ‘박(剝)’자의 뜻은 ‘벗긴다’, ‘빼앗아간다’의 뜻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착한 사람이 잘 처신해 살아남아 그 다음 24번째 복(復)괘로 이어진다. 복괘는 ‘회복한다’, ‘돌아온다’는 뜻이다. 소인들이 극도로 나쁜 방법을 쓰면 세상이 멸망하지만, 그래도 지도자를 인정하고, 추대하면 세상은 망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뜻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자기 욕구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면 자기는 성공하고 경쟁상대는 없어질 줄 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하면 다른 사람이 죽지만, 자기도 같이 죽는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가 무한 경쟁 시대로 돌입하여 나만 살고 다른 사람은 죽이겠다는 사고방식이다.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손잡고 같이 가겠다는 사람을 바보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잘못된 학교 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각급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도덕이나 윤리 과목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그것은 군사문화의 잔재라 하여 싹 다 없애버렸다. 정통성이 약한 군사정권에서 국민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도덕 윤리과목을 지나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성교육은 완전히 폐기되어 버렸고, 출세를 위한 경쟁교육만이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이 되어 버렸다. 지금 집권여당은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서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대통령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모든 인사를 자기 방어용으로 하고 있다. ‘큰 과일을 다 먹지 않듯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은 관대한 여유를 가지고 국가민족의 먼 장래를 바라보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의 말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소풍갈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처음부터 업고서 갔다고 할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던 사람이다. 이런 마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더 발달시켰으면 좋겠는데, 대통령이 된 뒤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옛날보다 훨씬 못해진 것 같다.

 

  어떤 학자는 주역의 이 구절을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라고 해석해 왔다. 큰 인물은 소인들이 떼 지어 해쳐도 슬기롭게 극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하여 역할을 다한다는 뜻이다. 먹히지 않은 큰 과일이어야 씨를 남겨 후세에 영원히 전할 수 있다.

 

  이제 대통령의 임기는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국가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또 주변의 소인배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군자답게 혼란한 국면을 국력 회복의 국면으로 전환해 나가기를 바란다.

 

* 碩 : 클 석 * 果 : 과일 과

* 不 : 아니 불 * 食 : 먹을 식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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