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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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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심명안량(心明眼亮)- 마음이 밝으면 눈도 환하다

 

  1534년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34세로 문과에 급제하여 첫 번째 벼슬인 승문원(承文院) 권지부정자(權知副正字)에 임명되었다. 얼마 뒤 예문관(藝文館) 검열(檢閱) 겸 춘추관(春秋館) 기사관(記事官)에 추천되었으나 임명되지 못했다. 여기에는 곡절이 있었다. 선생의 처숙부 권전(權)이 간신 남곤(南袞) 등을 제거하는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했고, 그 형인 퇴계의 장인 권질(權)은 귀양을 갔다. 죄인의 사위가 사관(史官)이 될 수 없다는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예문관 검열이란 자리는 최고로 영예로운 자리로, 학문 있고 문장 잘하고 글씨 잘 쓰는 젊은 관원이 발탁되는 깨끗한 요직이었다.

 

  ‘죄인의 사위’라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였고, 실제로 막은 자는 간신 김안로(金安老)였다. 그 당시 김안로는 온 조정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었다. 이조판서, 대제학 등등 겸직이 한명회(韓明澮)보다도 더 많았다. 아들이 중종의 사위였다. 본인이 문과 장원급제할 정도로 학문과 문장이 있었다. 사람됨이 간사하고 음험하여 한평생 남을 모해하고 사건을 꾸며 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귀양보냈다. 그런데 김안로는 영주(榮州 : 조선시대는 榮川) 사람이었다. 퇴계선생의 처가도 영주다. 장인 진사 허찬(許瓚)은 김안로와 동갑이고, 진사에 동반급제한 관계였다. 또 퇴계의 형 온계(溫溪) 이해(李瀣)의 처가도 영주이고, 김안로의 먼 친척이었다.

 

  퇴계선생이 관직에 나오자, 김안로는 어느 집 아들이라는 것을 훤히 알고 있었다. 자기에게 당연히 인사하러 오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얼마 뒤 김안로가 좀 보자고 불렀으나,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줄을 대어 다투어 자기를 만나려고 하는 판국이었다. 김안로가 속으로 “내가 부르는데도 안 와?”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때 퇴계의 진출을 막았던 것이다.

 

  퇴계선생이 평생 학자의 길을 걸었으니, 흔히 부드러운 분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제자 문봉(文峯) 정유일(鄭惟一)이 지은 언행통술(言行通述)에 보면, “의리상 옳은 일에는 용감하게 나가고, 옳지 않은 일에는 꺾이거나 흔들리지 않았다.(理所宜爲, 勇往直前, 不挫不撓.)”라는 기록이 있다. 이 때 김안로를 만나러 갔다면 위대한 퇴계선생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한 번의 행동이 천추의 평가를 좌우한다.

 

  맹자(孟子)에 “스스로 돌아보아 바르면 비록 천만 사람이 막을지라도 나는 행한다.(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것이 선비정신이다. 퇴계선생이 이를 잘 실천하였다.

 

  퇴계선생이 어떻게 이런 굳센 실천을 할 수 있었을까?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마음이 공명정대했기 때문에. 김안로가 사악한 마음으로 불법을 계속 저지르는데 오래 갈 리 없다고 생각했다.

 

  김안로는 과연 1537년 사돈 중종이 내린 사약을 받고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 心 : 마음 심. * 明 : 밝을 명.

* 眼 : 눈 안. * 亮 : 밝을 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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