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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동방한학연구원장

 

부절여루(不絶如縷) - 실처럼 가늘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 나간다.

 

  오늘로써 필자의 보잘것없는 칼럼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이 1000회에 이르렀다. 2003년 4월 1일 제1회가 나간 이후 20년 6개월의 세월이 지났다.

 

  매주 화요일 ‘경남신문’에 게재가 되니, 월요일 오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를 보내야 한다. 늘 정상적인 상황이면 별일 없겠지만, 중간에 3번의 집필 중단 위기에까지 이른 적이 있다.

 

  2006년 3월 청(淸)나라 건륭(乾隆) 황제가 옥 베개를 베고 자 장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와 그 위에 팔을 굽혀 베고 자다가 오른손 신경이 상하여 3개월 동안 못 쓰게 되었다. “연재를 중단해야 되겠습니다”라고 신문사에 통보할까 하다가, 왼손과 오른손 주먹으로 겨우 자판을 두들겨 이어 나갔다.

 

  2008년과 2012년 중국 북경에 각각 1년 동안 머물면서 글을 한국으로 보냈다. 컴퓨터가 고장 났는데 원고 마감일까지 수리를 하지 못해, 인근 컴퓨터 오락실에 가서 원고를 작성해서 전송한 적도 있다.

 

  2020년 6월 담도암이라는 진단으로 개복수술을 하였는데, “이제 더 이상 못 쓰겠습니다”라고 통보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수술 전날 밤 침대에 엎드려 종이에 써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낸 적이 있다. 2023년 6월에는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가면서,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정신은 있어 종이에 적어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냈다. 몇 번 중단의 위기를 넘기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 실낱처럼 끊어지지 않고 왔다[不絶如縷].

 

  필자가 글을 쓰는 3대 원칙은 합리적, 인본적(人本的), 실용적인 것이다. 글의 목표는 인성의 회복, 우리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건전한 국가사회의 건설을 지향한다. 단순히 문예적인 글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교훈, 경계(警戒), 지식을 주는 글이 되려고 노력한다. 흔히 “한문 전공자면 한자 한문만 이야기하면 되지, 왜 사회문제에 그리 관심이 많으냐?”라고 힐난하는 친구가 없지 않다. 한문을 바탕으로 하는 유학은, 본래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학문이 아니고,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데[平天下]’있는 것이다. 필자의 글이 세상을 구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즈음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발달되어 역사상 글쓰기에 가장 좋은 시대다. 각종 지식정보, 통계수치, 원전자료, 해외 소식 등을 실시간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도 다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에 23년 동안 매일 연재하여 6702회의 칼럼을 썼던 이규태(李圭泰) 기자 같은 분은, 직접 각종 책을 조사해서 만든 10만 개의 색인을 바탕으로 해서 종일 걸려서 칼럼 한 편을 썼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편리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다.

 

  주변에서 “2000회까지 계속하십시오”라고 권유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시 20년을 더 쓰면 그때 필자는 92세의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不 : 아니 불(부). * 絶 : 끊어질 절.

* 如 : 같을 여. * 縷 : 실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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